Looking for ME
Solo Exhibition
2024.3.2 - 2024.3.23
미사장 남영 갤러리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84길 21-9
bySua
매몰된 역할들을 묵묵히 감당하던 나는 인생을 견디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역할들에서 의미나 가치를 찾을수 있었을까? 그것도 아니었다.
나 자신 조차 통제하기 힘든데 그 누군가를 통제할리 만무하다.
물론 알고 있었으나 그 현실의 무게를 감당해야만 했고 그렇게 유지 하지 않으면 모든것이 무너져 내릴것만 같아 옴짝 달싹할수 없었다.
나를 찾을 엄두를 낼수 없던 그 시간들을 통과하는 동안 행복하지 않았다. 아니 행복할 수가 없었다.
우연히 나에게 다가온 영화 ’오만과 편견’을 보게 되었고 그저 재밌다고 생각했다.
보고 또 보고 …..
그려보면 재밌겠다.
뭘 그릴까?
그려보고 그려보고….
다아시의 눈빛에서 잃어버렸던 사랑의 눈빛을 보았고 (너만보여.2022)
다아시가 마차에 에스코트 하던 순간 엘리자베스의 눈빛에서 설렘을 느꼈고 (너의 감촉.2022)
밤잠을 못이루며 생각을 하는 엘리자베스에게서 비슷한 고뇌를 해봤었나? 회상해 봤으며 (생각중.2022)
서로의 진심을 알게된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에 만나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를 보며 그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상상해보고 (새벽. 2022)
펨벌리에서 다아시 조각상을 바라보는 엘리자베스를 보며 누가 내 작품도 저렇게 바라봐 주었으면….(바라보다.2023)
그렇게 시작된 작업은 그저 흥미롭고 즐거웠다.
깊게 그리고 자세히 관찰하듯 장면들을 보다가 …
보면 볼수록 배우들의 연기에 더욱 몰입되어 나는 어느새 물아일체가 되었다.
깊이 있게 보면 볼수록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그저 사랑이었나? 아니면 주체성이었나? 그것도 아니라면 ”나“를 찾기위함이었나?
그 경계가 모호해져서 그 무엇도 뚜렷이 명백하지 않다.
나는 이 작업과 이 과정을 통해서 무엇을 원하는가?
다시 원점이다.
여러 모양을 가진 사랑이지만 내가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사랑을 깊이있게 곱씹게 되는 것은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만이라기엔 여러가지 희생을 동반한다.
어쩌면 나와 남편도 짧았을 지라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짧았던 황홀한 순간에 긴 결혼생활을 결정하고 역할들에 매몰되어버린 나를 드디어 발견하게 된 계기였던 것이다.
’아! 나는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이구나!’
비로서 역할들로 부터 자유로워진 나는 이제부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 것인가? 나의 꿈은 무엇인가?
내가 가치있게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 그 사랑을 어떻게 나눌것인가?
수많은 물음표가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제 지긋이 들어버린 나이 덕분에 이전의 조급함 에서는 자유로워졌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즐기고 곱씹으며
생각을 적어보기도 하고, 나눠보기도 하면서 작업을 묵묵히 수행하다가보면
내가 바라던 뚜렷한 내가. 꿈을 이룬 내가. 행복한 내가.되어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것이 내가 꿈과 마주하는 방법이다.